운전자들.
그들 중 일부는 착한 마음씨와 부드러운 운전 습관을 유지한 채,
튀지않는 드라이빙으로, 도로의 흐름에 잘 녹아들며 운전을 하고 있지만-
일부는 더러운 마음씨와 거지같은 운전 습관을 유지한 채,
매우 튀는 드라이빙으로, 새로운 흐름을 창조해 나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로 위에서는 차들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비단 달리기 뿐만 아니라,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 상태를 유지한 채, 싸움을 하는 차들도 많다.
경차를 몰게 된지도 3개월이 지나간다.
경차를 몰면서 느끼는 가장 큰 단점은,
도로위의 경쟁에서 적지 않게 뒤쳐진다는 점이다.
태생적인 문제점이라 고쳐 나갈 수도 없다.
때문에, 모닝 동호회등에는 경차를 타게 됨으로써 자격지심이 생기게 되었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한게 대학교 2학년때니,
이제 운전 경력도 5년을 채워간다.
도로에서 다른 차와 벌이는 신경전.
굳이 앞지르지 않아도 괜찮지만, 상대방의 화를 돋구기 위해서 일부로 앞질러 끼어드는 행동등을
도로위에서 차로 싸우는 행위라고 정의했을때,
지난 5년간 이렇게 싸운 경험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경차로 바꿔탄 지난 3개월동안 싸운 수를 생각해 보려니, 너무 많아서 셀 수 없을 정도다.
위험천만하게 내 앞에 끼어드는 트럭들과 비싼차들.
뒤에서 상향등 (상향들을 우리말로 '윗불'이라고 불렀던가.;) 깜빡거리면서, 온갖 신경질을 나에게 다 부리는 차들.
예전에 큰 차를 몰고 다닐 땐,
정말 어쩌다 한 두번 경험하던 일들을, 요즘엔 하루에 두세번은 겪는다.
나 또한 지지 않는 성격이라,
똑같이, 아니 그 이상의 성질을 상대방 차에 돋구어 놓아야 직성이 풀린다.
오늘.
아침 9시까지 연구실 출근이다.
7시 30분쯤 지나서 출근길에 올랐고, 어김없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사당쪽을 향해 달렸다.
최상의 연비를 유지하기 위해서, 맨 오른쪽 차선, 시속 80km를 유지한채로 말이다.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어느샌가 내 뒤에는 5톤 트럭이 바짝 붙어 있었다.
버스나 트럭등의 거대한 차가, 경차뒤에 바싹 붙으면,
경차 운전자는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경험 안해본 사람은 모른다.
뒤의 차에서, 아니 내 차에서도 사소한 실수 하나라도 발생을 하면,
그게 곧 사람 목숨으로 연결이 될 수 있다는 생각때문에, 핸들을 잡은 손이 땀으로 가득 차게 된다.
때문에, 난 얌전한 마음으로 ( 사실 저 차랑 싸워봤자, 출근시간만 늦어지니,)
왼쪽으로 차선을 바꿨으나, 그 트럭은 재미가 들렸는지 내 뒤를 똑같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차선을 바꿔도, 계속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남태령 고개 ( 사당 도착 직전에 있는 고개 ) 까지 왔다.
경차에는 젊은 여자가 타고 있을거라는 추측을 많이 한다.
상당히 기계화 되어 돌아가는 자동차 도로위에서 '여성'이라는 존재는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고,
따라서 여성 운전자에게 괜한 장난을 치는 남성 ( 나이많은 아저씨 ) 운전자가 적지 않게 있다.
내 차가 주황색 경차이다 보니,
이번 케이스도 날 여성운전자로 생각하고, 계속 장난을 치는것 같았다.
내가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할 때 쯤.
갑자기 뒤에서 트럭이 경적을 울렸고,
같은 순간 기어를 변속하고 있던 내 손이 흔들리는 바람에, 시동을 꺼트리고 말았다.
경차의 기준 중 하나로는 "엔진 1,000cc 미만"이 있다.
때문에 경차의 엔진은 매우 성능이 낮다.
얼마나 성능이 낮은지 수치로 비교를 해 보면,
내차 모닝의 최대 토크는 8.9 (단위생략), 최고 출력은 64 마력이다.
아반떼의 경우엔 최대 토크 16, ( 디젤은 토크 26.5 ) 최고 출력 124 마력이다.
소나타의 경우엔 최대 토크 23.4, 최고 출력은 179 마력이다.
따라서 어지간히 엑셀을 밟지 않는 이상, 토크가 낮은 경차는 출발속도가 매우 늦다.
마력도 상당히 딸리기 때문에 고속에서도 쉽게 힘을 못낸다.
그런 경차 뒤에서 빵빵대면, 나보고 뭐 어쩌라는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
내가 1차선 먹고 달리면서 노매너로 천천히 달리면, 욕을 먹어도 싸지만, 그런짓은 안한다.
엔진의 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동도 정말 잘 꺼진다.
엔진의 시동의 꺼지는 이유는 '차의 속도를 유지할 만한 힘'이 부족한 경우다.
예를들어 출발과 동시에, 5단에 기어를 넣으면,
차를 출발시키는데 필요한 힘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 5단 기어는 고속주행 용 이므로, ) 시동이 꺼지는 것이다.
보통 기어를 잘못 넣어서 시동이 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경차의 경우엔 힘이 딸려서 푸드득 시동이 꺼질 때도 있다.
여튼 내가 시동을 꺼트리자, 뒤 차는 경적을 눌러놓은 채, 끌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자. 한번만 더 경적 울리면, 오늘 끝장 본다.' 라고 조용히 맘먹고,
시동 켜서 출발을 했고, 어느덧 사당에 도착했다.
사당에서 도착해서, 낙성대 방면으로 좌회전해서 남부순환로를 탔다.
사당쪽 지리를 아는 분은 알겠지만,
사당에서 낙성대로 넘어가는 까치 고개는 경사가 좀 있는데다가, 길도 많이 밀려서,
수동 경차의 경우엔, 정말 난이도 10점짜리 코스다.
역시, 언덕길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내가 골골 대면서 올라가니,
트럭 역시 뒤에서 바싹 붙어서, 내가 조금만 천천히 가도,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
내 성질이 견디지 못했고,
조금씩 천천히 가면서, 앞 길을 충분히 확보 해 놓고,
마음을 먹고,
기어 한 단 내리고,
FULL 엑셀 밟으며 속도 내며,
쭉~~~ 올라가다가,
뒤에 트럭이 적당히 바싹 붙었을 때,
눈을 감고,
기어 풀고,
브레이크를 확!! 잡았다.
끽~~ 소리를 내면서 내 차는 멈췄고,
아쉽게 차끼리 부딪히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게 되었다.
언덕길이라서 사고가 나도 크게 다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차선 변경이 없는 상황의, 앞/뒤 추돌은, 앞 차가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고,
이미 수십차례의 경적 및 상향등으로 인하여, 내가 제대로 운전을 지속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뒷 차를 피하기 위해서 수 차례 차선을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계속 쫒아 왔기에, 나도 의사표현은 충분히 해야 겠다고 생각하여 거사를 진행했으나, 실패했다.
어찌되었든,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두 차는 편도 4차선 도로 중, 2차선에 서 있었고,
약 10 - 20 초간 정적이 흘렀다.
이 상황에서는 먼저 내리는 사람이 100% 손해다.
도로 위에선, 차 안에 있는게 무조건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도로에 맨 몸으로 뛰쳐 나오는건, 전쟁에서 화난다고 무기를 버리는 행위와 같다.
그리고 이 상황에선 앞 차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
앞 차는 마음대로 앞으로 갈 수 있지만, 뒤에 있는 차는 앞 차를 피해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난 기다렸고,
역시 뒤 트럭에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 두 명이 내렸다.
그리고는 내 차를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왔고,
난
기어를 넣고,
출발했다.
내가 차를 세운지 충분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내 앞은 차가 거의 없는 깨끗한 도로가 되었고,
난 아무런 저항없이, 달려 나갈 수 있었다.
이건 경험에서 나오는 팁인데,
만약에.
여러분이.
상대방의 차를 세워놓고,
욕이라도 한 바가지 해야 겠다라고 생각이 들면,

이와 같은 ( 또는 이와 비슷한 )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C는 나의 차고, A는 상대방의 차다.
A차가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게, 그리고 좌회전도 못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A차가 후진을 해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A차 뒤에 다른 차 ( B ) 가 있음을 확인 해야 한다.
어설프게 차 세워놓고, 차에서 내렸다간,
"쟤 뭐여."하면서 상대방 차가 피해서 출발해 버리면 끝이다.
여튼,
나는 신나게 달렸고, 룸미러로 트럭 아저씨가 서둘러 차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남부 순환 도로가 수십갈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신호등에 걸리기 쉬운 도로인데다가, 출근길 교통량이 적당히 있으니,
이제부터는 정말 초강력 슬로우 버전 추격씬을 찍어야 한다.
난 얼마 달리지 못해서, 교통체증때문에 멈춰 서야 했고,
트럭 아저씨는 나와 두세대의 차를 사이에 두고, 같이 멈춰섰다.
( 트럭 아저씨가 차에 오르고 출발하는 동안 몇대가 그 사이를 끼어들어 줘서 참 고마웠다. )
트럭 아저씨중 한명은 차에서 내려서 나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고,
다행히도, 신호등이 제때 바뀌어 줘서, 난 출발 할 수 있었다.
매우 느린 속도, 하지만 사람 뛰는것 보다는 빠른 속도로
차들이 이동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트럭과 나는 추격씬을 찍고 있었다.
경차의 날렵함과, 트럭의 무대뽀의 대결이랄까-
하지만 트럭의 무대뽀가 경차보다는 우월했는지,
어느덧 나는 1차선, 트럭은 2차선을 평행하게 유지하며, 달리게 되었고,
트럭아저씨는 창문을 내리고, 내 차를 향해서 무어무어라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기 시작했지만,
난 유고걸을 들으면서, 음악에 맞춰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그 짓을 30 여분간 했다.
중간에 유턴도 했다.
1차선으로 달리고 있다가, 정말 나이스 타이밍으로 유턴신호가 떨어지는 바람에,
난 예정에도 없는 방배쪽으로 달리기도 했으나,
정말 말도 안되게, 트럭이 2차선에서 유턴을 해서 따라왔다.
트럭 운전 하는 폼 보니까,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사람 같았다.
엔진소리 엄청 크게 나면서,
기어를 저단으로 유지한채, 나를 잡아 먹을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떄 마침 날라온 연구실 박사 형의 문자.
"오늘 연구실 세미나는 오전 10시로 연기 되었습니다."
마치 PC에서 레이싱 게임을 하던 도중,
1 - 2초가 아쉬워 하려는 찰나에 "10초 연장!" 보너스를 먹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결국 트럭이 나를 앞질러 가기 시작했고,
저 만치 트럭이 앞서 가다가,
1차선에서 트럭이 섰고,
그 트럭에서 아저씨 두 사람이 내려서, 2차선을 강제로 막기 시작했고,
약간의 교통 체증이 발생하면서, 차들이 서행하기 시작했고,
도로의 흐름상 뒤로는 못가기 때문에,
난 결국 트럭 아저씨와 만나게 되었다.
글쎄다.
이쯤 했으면, 나도 충분히 복수는 한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도로에서 내려서, 더 화를 키울 생각까지는 없었다.
내려서 제대로 한 판 붙어볼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난 충분히 재미있게 놀았으니, 이제 학교나 가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에는 트럭이 1차선을 막고,
사람이 2차선을 막고 있으니, 교통 체증이 적지 않게 생기게 되었지만,
3차선과 4차선이 있으니, 차가 아예 멈춘건 아니었다.
트럭 아저씨가 내 차를 향해서 달려오기 시작했고,
난 그냥 차의 흐름에 편승해서, keep going on 했다.
아저씨들은 창문 열라고 내 차릉 펑펑 치기 시작했지만,
난 음악 볼륨을 키우면서 그 상황을 그냥 빠져 나왔다.
내가 그냥 지나갈 생각임을 눈치 채자,
내 차 본네트며, 앞유리를 있는 힘껏 치며 차세우라고 소리를 지르던데,
그래봤자, 본인 손만 아프지-;;..
이 상황에서 아저씨들이 화를 못이겨, 내 차 유리를 깼다면,
이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법적 싸움 ( 즉, 내가 초반에 유도했던 '사고' ) 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성을 완전히 놓지 않는이상, 그렇게까지는 발전하지 않는다.
차 안에 있으면, 안전하다.
그냥 난 흐름을 따라서 그 난리부르스 현장을 나왔다.
다시 아저씨들은 트럭에 올라 탔고, 또다시 추격이 시작되었고,
낙성대역 봉천동에 n년간 거주한 특기를 살려,
봉천동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학교로 쏙 들어왔다.
아따 거지같다.
도로에서 제일 무식한게, 운전 자랑 하는거고,
도로에서 제일 추한게, 운전으로 감정싸움 하는거다.
도로 위에서 승리하는 것.
적은 기름으로 빠른 시간안에 도로를 벗어나는것이 도로 위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난
시간을 낭비했고,
기름을 낭비했다.
하지만 좀 재미있긴 했다.
나중에 차를 세워서 보니,
차에 손모양의 도장이 가득했다.
인간 사파리의 흔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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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현실에서 발생할 것 같지 않은걸 이제 만들어서 즐길 수 있는 경지로구나...
..... 아 진짜 돈 벌어서 영화-_-;;; 쿨럭
형은 역시 킹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