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loos | Log-in  


바쁜남자.



연구실에서 서울시과제 최종보고서를 쓰다가,
머리가 도저히 돌아가지 않아서, 잠시 포스팅.



며칠전

며칠전. 03학번 동기 몇과 신촌에 갈 일이 있었다.
날짜와 명단을 밝히지 않음은, 아래 내용과는 관계없는 '보호되어야만 할 개인적인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깔끔함이 중요시 되는 모임이었기 때문에, 나는 오랫만에 옷을 갖춰입어야 했다.
하지만 오전 일찍 연구실 랩미팅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샤워는 못하고 출근을 했다.
집에서 샤워 못해도 상관없다. 랩미팅 끝나고 학교에서 씻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서 샤워도구와 수건을 챙겨서 학교로 등교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301동 4층에는 온수가 콸콸 나오는 샤워장이 마련되어 있다.

랩미팅이 끝나고, 카오스 한판하고, 와플스튜디오 snu-ev 개발 회의가 끝이나니, 대충 5시 30분쯤 되었다.
신촌약속은 7시니까. 대충 30-40분 정도 샤워를 하고 출발하면 시간은 늦지 않을것 같았다.

나와 여행을 다녀보거나, 숙식을 같이 해본사람은 알겠지만, 나의 기본 샤워시간은 1시간이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따뜻한 물을 얼굴로 맞고 있다보면,
우주 저 끝까지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그러다가 번쩍 정신을 차려보면, 30-40분이 훌쩍 지나가는데, 이짓을 십년넘게 매일같이 하고 있다.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나의 고질병중의 하나다.


여튼 이번샤워도 40분안에 끝내려고 헀는데, 도저히 그러지 못했고, 결국 난 양치하는것을 생략한채 샤워를 마쳤다.
그리고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양치를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치약과 칫솔을 가방속에 챙겨서 신촌으로 출발했다.

낙성대역 화장실에서 양치 1차 시도를 했는데, 화장실에 너무 비좁고 사람이 많아서 skip 했다.
간단히 헹구기만 하고, 신촌으로 출발 했다.
지하철에서 가만히 앉아서 DMB로 WCG 2009 경기를 보고 있자니, 너무 시간이 아까웠다.
이 시간을 어떻게든 소중하게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방을 뒤적거리다 보니, 칫솔과 치약을 발견했다.

대학교 다닐때엔 과방에 앉아서 양치하고 있는 애들 보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어느샌가 나도 연구실에서 양치하면서 코딩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화장실이 아닌 지역에서 양치는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양치나 하자.'라는 생각을 했다.
달리는 지하철에서는 세면대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잘 재서, 신촌역 화장실에 딱 도착했을때에 양치가 마무리 되어야 했다.

그래서 합정역에서부터 칫솔과 치약을 꺼내서 양치를 시작했다.











난 태어나서 지하철에서 그렇게 이목이 집중되어본적이 없었다.




한 두 사람이 힐끗힐끗 쳐다보는 처음 1-2분은 견디겠는데, 시간이 갈수록 부끄러워짐이 끝이 없었다.

하지만 이 중대한 사태의 핵심은 도저히 롤백이 되지 않는다는것에 있다.
이미 양치를 시작했기때문에 뱉어낼 장소가 없으니, 난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느구간인지 모르겠지만, 낙성대<->사당에 버금가는 엄청난 거리 때문에
나의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오랜기간 양치를 하게 되었다. (어쩌면 기분 탓일수도 있겠다.)

얼굴이 두꺼워지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중간에 양치를 포기했다.
칫솔은 대충 휴지에 싸서, 가방에 넣어두고, 입 주변도 휴지로 대충 닦아내고, 치약을 입에 가득 물고 가만히 있었다.


이대로 사태는 마무리 되나 싶었는데,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하면서, 입 안에 있는 치약의 양이 미친듯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턱이 빠질듯이 아프고, 치약의 독한 느낌때문에 입 청장과 혀를 바늘이 쑤시고 있는 느낌이 계속되었다.
나는 둘리에 버금가는 볼크기를 자랑하면서 어쩔줄 몰라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다. 먹을수도 없다.

신촌역은 화장실이 한쪽 끝에 박혀있다. 이 사실이 머리에 떠올랐을때 거의 절망적이었다.
게다가 오후 7시 신촌역은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화장실까지 뛰어 가려 해도 뛸 수가 없었다.
이미 입 안에서는 out of memory 가 발생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garbage collector가 출동해야 했다.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들어 조금조금씩 닦아내고 있다보니, 신촌역에 도착 했다.
수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길을 뚫고 가는데, 누가 내 볼만 톡! 건들면 핵폭탄이 터질 분위기였다.

화장실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급 흥분해서 이미 난 내가 아니였다.
그리고는 폭발과 동시에 세면대에 도착했다.


참 놀라운것 같다.
길가다 끙가가 마려워서 어쩔쭐 몰라하다가 화장실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하면, 고통이 2배로 치닫는다.
그러고는 화장실에 앉자마자 폭발을 시작한다. 누구나 겪으봤을 나이스 타이밍 시츄에이션.

나는 그 나이스 타이밍 시츄에이션을 소화기관의 정 반대의 위치에서 경험했다.

by spatialguy | 2009/11/14 22:27 | [:Dear Diary:] | 트랙백 | 덧글(7)

트랙백 주소 : http://spat.egloos.com/tb/512267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grayowl at 2009/11/14 22:39
아...왠지 감동적이야, ㅜㅜ
Commented by xeraph at 2009/11/15 00:35
...이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캐당황)
Commented by nopi at 2009/11/15 00:49
으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디지츠 at 2009/11/15 00:53
생각부터 행동까지..
저게 레알이란 말이냐..
Commented by evax at 2009/11/16 11:57
ㅋ... 담부턴 그러지 마세요
Commented by 로이 at 2009/11/17 00:45
아 재밌어
Commented by at 2010/03/29 13:26
하루에 두이 글을 두 세 개 씩 보는데! 볼 글 들이 조금씩 없어지는 게 아까워..

아껴서 봐야지! ㅋㅋ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